<위대한 유산> 총 24회 공연 중 12회까지 마치고. 2014 위대한 유산


 한 해 두 차례 명동예술극장에 설 수 있다니 운이 좋았다.

 반신 공연 때 신나서 열심히 했던 게 명동 기획자들 눈에 좋게 비쳤던 듯, 
 또 극중 춤추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게 되는 탓에, 아무래도 그쪽으로 특화된 스킬이 있다는 평판이 가산 요소가 된 듯,
 아무튼 그래서 비어있던 드러믈 배역으로 캐스팅되어 연습 중반에 합류했고, 한 달 정도 연습 기간을 거쳐 공연이 올라갔다.

 일단 내게 주어진 드러믈이란 배역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등장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주인공의 카운터파트로서 색깔이 뚜렷한 인물이고, 좀처럼 맡기 힘든 지위 높은 재력가 신사 역할이라 의상 분장 등 외형적으로도 폼나는 역할이어서.
 지난번 반신 공연 때 맡았던 요물 유니콘 역할은 캐릭터 자체도 상상 속 존재이거니와 공연의 전체적인 질감이 다분히 만화적, 연극적이어서 한참 상승된 에너지 레벨로 발산하는 연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사실적인 질감의 작품에서 보다 섬세하고 치밀하게 안배된 연기를 하는 것도 타이밍상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하게 된 멤버들의 면면도 흥미로웠다. 출연진은 식상하리만큼 질긴 인연 이화룡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처음 만나보는 배우들이었는데, 연예인으로 분류되어도 무방한 김석훈 오광록 조희봉 선배를 비롯하여 관록의 길해연 선배 그리고 정승길 형 등등. 무엇보다도 어리고 아리따운 후배 여배우들이 있어 연습실 가는 게 즐거웠다는 것은 200프로 진심.

 냉정하게 평가할 때 연습 과정은 효율적/생산적이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너무 많은 시간이 대본 수정에 할애된 감이 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좀 더 충분한 시간과 공력을 들여 각색이 이루어졌었더라면. 연습 초기 단계에서 보다 원활한 토론과 수정이 미리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솔직히 뒤늦게 합류한 나로서는 분위기 파악하고 따라잡는 데도 버거웠던 게 사실이다. 
 물론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구조의 원작 소설을 2시간 안쪽의 연극 대본으로 각색하는 일이 이번 작업의 최대 관건이자 동시에 극도의 난관이었음에는 틀림없다. 하기에, 주어진 시간 안에 들인 노력과 공이 부족했다기보다는, 그 어려운 작업에 마땅히 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의 절대량 자체가 부족했던 게 아니었나 하는 평가를 내려본다.

 아무튼 그래도 무대 디자인이 나오고 동선을 긋고 하면서 이게 연극이 되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의상이 들어오고 하면서 시각적으로 뭐가 좀 갖춰지니 그럴듯해진다 싶을 무렵, 극장에 들어가고 며칠 간의 리허설 후 공연이 올라갔다.

 첫 공연 후 2주가 지나 12회차까지 끝난 지금, 공연은 안정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관객 동원 상황은 대단히 양호하여 반신 때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드는 듯, 매회 3층까지 객석이 들어찬다.
 하지만 솔직히 매번 공연 종료 후 커튼콜 때 객석으로부터 넘어오는 박수의 열기는 그닥 뜨겁지 않게 느껴진다.
 블로그 리뷰나 SNS 등 온라인 상의 반응도 양적으로 별로 많지 않다.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 무난하고 볼만하지만 업자나 적극적 관극층이 봤을 때 수작이라고 말하기 힘든' 정도가 현재로서 내릴 수 있는 객관적 평가가 아닐까. 일단 생각하고,
 그런 이번 작업의 한계랄까, 할 것을 과연 공연 텍스트의 아쉬움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다시 고민해보고,
 이런 현재 상황에서 배우로서 내 연기를, 더 나아가 이 작품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찾는 것이 남은 12회 공연 동안 해야 할 일.



덧글

  • 일반관객 2014/12/17 04:15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전 1년에 연극 2~3편 보는 정말정말 일반관객입니다.
    위대한 유산을 재미있게 보고 즐거웠는데 배우님이 체감하시는 박수 소리가 작았다니 괜히 죄송해지네요~커튼콜에서 셔터만 눌렀어요 ㅠㅠ
    남은 공연도 잘 하시길!! ^_^
  • 딱지 2014/12/17 07:50 # 답글


    일부러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괜히 투정부린 것 같아 민망하기도;;
    박수소리 작아서 짜증나 씽 이런 뜻으로 쓴 글 아니라는 거, 더 잘하자고 맘 다잡는 취지라는 거 아시죠? ^^;;;

    추운 날씨 조심하시고 섹시한 연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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