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첫 공연을 마치고. 2018 테스트


 2018년 들어 연극 공연을 하나도 못하고 상반기를 보냈다.
 솔직히 약간은 위기감이 들기도 했고, 여차하면 다시 극사발프로젝트를 가동해서 자체 제작을 해야 하나 싶던 차에 연락을 준 것이 바로 현재 <테스트>를 함께하고 있는 김진아 연출이었다. 
 나중에 듣자하니 나에게 연락이 오기 전에 두 명의 배우를 거쳤다고 하던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둘 모두 일정이 안 맞아서 나에게 이 <테스트>의 팀장 역할이 떨어졌다. 그 두 명 모두 친한 배우들인데, 일정이 안 돼 줘서 고맙다 오대석 김승언 형들아.

 사실은 나도 김진아 연출의 연락을 받기 전에 다른 한 작품의 캐스팅 제안이 와 있는 상태긴 했다. 주인공 역할이었고 대본도 상당히 재미있었기에, 바로 수락하지는 않았었지만 계속 노느니 할 법도 하다는 마음이 있었다...만, <테스트> 캐스팅 제안을 받고 바로 이쪽을 택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2인극이라는 거였다.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무대를 떠나지 않고 오롯이 책임지는, 다른 거 신경쓸 것 없이 배우 단 둘이서 주고받는 연기의 밀도에만 집중하면 되는. 대본은 아직 미완성 상태였지만 흥미로웠고 작가의 글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가장 중요한 '상대 배우가 누구인가'하는 문제가 아직 남아있었고, 그 문제는 아주 큰 위험요소이기도 했지만, 나에게 주어진 팀장 역할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 제의를 바로 수락했다.

 상대 배역인 김우진 배우의 첫인상은, 좀 재수가 없었다. 잘생기고 키도 큰데다 체격도 좋아서. 거기다 나이도 제일 좋을 때인 30대 초중반. 연습 기간 내내, 또 공연 끝날 때까지 탈탈 털어주리라 결심했다. 사사로운 마음 없이, 신입사원 건우를 사랑으로 옭아매는 팀장 역할에 충실하게. 

 두 달 약간 못되는 연습 기간. 최소 2명, 최대 5명으로 이루어지는 연습은 그리 타이트한 편이 아니었음에도 제법 에너지 소비가 컸다. 뭐 여느 연습 때처럼 내가 안 오는 장면 연습할 때 쉴 수 있는 타이밍 같은 게 없으니.. 그래도 2인극을 택한 것은 나였으니까. 힘들지 않았다. 힘들지 않았다구!!! 거의 최근 3년간 했던 모든 공연들의 대사를 다 합친 것 만한 분량의 대사를 소화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지만, 아직도 좀 버거운 감이 있지만, 행복한 일이었다.

 한 2~3년 전부터 종종 팀내 최연장자 포지션을 점하는 게 그리 낯선 일이 아니게 되었고, 이번 프로덕션에서도 너끈하게 최고령자였는데, 이번 팀에서는 아무도 나를 형이나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 것을 보고 아 이젠 정말 어떤 선을 넘어버렸구나 싶었다. 지금은 '선배님'이지만 곧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만 불리게 되겠지.. 

 그저께 밤에 잠을 좀 설친 여파가 오늘 첫 공연 때까지 미쳐서 그닥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무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꽤 탄탄하게 첫 공연이 올라가서 한 시름 놓았다. 이제 겨우 다섯 번밖에 안 남은 공연, 얼마나 더 완성시킬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정리하고 기록해 낼 수 있을까.

연극계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참담한 마음으로. 이 땅에 살기 위하여

  1. 이명행은 저의 친구입니다. ‘친구였습니다라고 고칠까 하다가 그런 과거시제 선어말어미 선택이나는 결백하고 나한테까지 오물이 튀기를 원치 않는다 졸렬한 의도를 드러내는 같아 그냥 그대로 둡니다. 우리는 동갑이고 연극원에서는 1 차이 선후배 사이였기에 학교에서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고 제법 친한 사이로 지냈습니다. 졸업 최근에도 종종 서로 공연할 찾아가서 공연을 봐주고, 대학로에 있는 자취방에서 재워준 적도 두어번 있습니다. 겹치는 지인들을 통해서나 바닥의 흔한 소문들을 통해 그가 술버릇이 좋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그런 얘기들에 대해 그에게 직접 확인하거나 문제제기를 적은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관여할 일은 아니라고 여겼던 거겠죠. 후로도 그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나갔으니 문제는 아닌가 보다 생각했던 같습니다.

  1.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과는 공연에서 연출과 배우로 만나 같이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그보다 훨씬 , 제가 연극배우가 아니라 그저 연극 보는 좋아하는 덕후 대학생일 때부터 그가 쓰고 연출한 작품들을 숱하게 봐오며 그를 대선배이자 선생님, 대가로 여겨왔습니다. 연극판에 들어와 그에 대한 많은 소문을 들었습니다. 작품에서 만나 직접 겪은 그는 듣던 대로 불같은 성격과 거친 언행의 소유자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지만대가라면 으레 괴팍한 성벽이 있기 마련이라며 그러려니 하고 버텼습니다. ‘연기 지도혹은발성 지도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신체 접촉에 대한 소문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그와 흡사한 상황이 모든 배우들이 함께 있는 연습 시간에 발생한 적도 있지만, ‘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하는 순간 유야무야 지나갔고 무엇보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헌정공연이었기에 극히 힘든 여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공연이 무사히 올라가야 한다는 압박을 모두가 느끼고 있던 차에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1. 지난 , 거의 다른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디씨 연뮤갤러리 게시판과 SNS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갈수록 경악을 금치 못할 과거의 일들이 드러나며 참담함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과거 순간 나는 무엇을 했어야 하는 걸까. 방관자, 비겁한 방조자, 한통속이라는 뼈아픈 호명으로부터 나는 과연 자유로울 있을까. 사람과 얽힌 순간들만이 아니라 내가그러려니하고 지나쳤던 무수한 순간들. 순간들에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누군가가 항상 있었다고 생각하니 한없이 부끄럽고 괴롭습니다. 얼마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사과문에서 호출한 있는남성중심시대 시대정신은그러려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엿같은 야만의 시대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또한 속에 있었음을, 이제는 끝내야 함을 느낍니다. 현재 드러난, 그리고 앞으로 드러날 가해자들이 합당한 죗값을 치르는 것은 물론, 연극판과 사회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길 바랍니다


  1.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합니다. 이번 일과 관련하여 연극인들의 공동체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고 연대하겠습니다. 우선적으로 가해자들이 합당한 죗값을 치르도록 계속 지켜보고 촉구하겠습니다. 더불어 개인적인 다짐 가지를 보탭니다.
  • 연습실, 극장, 술자리 등 작업자들과 함께하는 그 어떤 자리에서든 타인에게 성적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주는 언행을 스스로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에 의해 그런 일이 발생할 묵과하지 않고 문제제기 하겠습니다
  • 직접적인 성추행, 성희롱 뿐만 아니라 그런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상황들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겠습니다
  • 문제의 언행을 하는 사람이 친구든, 선배이든, 선생이든 가리지 않겠습니다. 사람이 있는 사람일수록 강하게 맞서겠습니다.
  • 특히 지위, 나이 등에서 상대적으로 약하고 자기 목소리 내기 힘든 이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는지 더욱 마음을 쓰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용기내어 아픈 상처를 드러내 보여주고 계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또 같은 연극판 속에서 그런 아픔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는 게 염치없게만 느껴져 정말 죄송합니다.


2017 파리 밀롱가 탐방기(3): Last Tango in Paris + 총평

2017. 12. 17(일): La Dolce Vita

점심 무렵 런던 조카집을 나와 유로스타를 타고 다시 파리로. 내일 귀국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기 전 마지막 밤. 일주일 떠나있다 다시 돌아온 파리가 어딘지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이제 떠난다니 섭섭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기분이 좀 복잡해서 그냥 밀롱가를 가지 말까 싶기도 했더랬다. 그래도 역시 이번 여행의 종지부를 찍어야지 싶고, 내가 할 줄 아는 건 땅고니까, 갈 곳은 결국 밀롱가였다. 

호텔에서 씻고 나와 근처 일본식당에서 오무라이스를 먹었더니 힘이 솟았다. 마지막 밀롱가를 어디로 갈까 몇 군데 중에 고민하다가 La Dolce Vita로 결정했다. 이미 두 번 가보아서 친숙하기도 하거니와, 이번 주말에 Crazy Tango Paris Week End라는 큰 행사가 있었는데 그 마지막 행사를 오늘 이곳에서 하기 때문이었다. 노엘리아 깔리또스 커플과 또다른 한 커플이 워크숍도 하고 공연도 했는데 노깔 커플은 어제 공연을 했고 오늘은 다른 커플의 공연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으로 사람이 많이 몰릴 테니 그동안 파리에서 만났던 아는 얼굴들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9시쯤 도착해서 보니 정말 사람이 미친듯이 바글바글해서 오히려 풀이 죽었다. 아 또 이 레드오션에서 이방인으로서 서바이벌하는 심정으로 치열하게 까베세오를 날리고 기를 써야 한단 말인가 그건 너무 지치는 일인데..

너무 용쓰고 싶지 않았다. 한쪽 구석 벤치에 자리잡고 앉아 복작복작 우글우글 돌아가는 플로어를 바라보았다. 어라 근데 드디어 아는 얼굴이 보인다. 지지난주 금요일 Chat lo ves에서 만나 춤췄던 산드라블록 닮은 건강미 넘치는 아가씨 쥐스틴. 꼬르띠나 때 다가가 인사하니 나를 기억한다. 한 딴다 추고 나서 바로 연이어 한 딴다 더 추려고 플로어에 마주선 채 꼬르띠나를 흘려보내고 있는데, 내 앞에서 춤추고 있던 또다른 낯익은 얼굴. 이미 다른 밀롱가에서 두번이나 만나 가장 친해진 에콰도르 여인 파멜라였다! 오늘 여기 오면서 보게 되길 가장 기대한 얼굴 중 하나. 나를 보는 그녀의 얼굴에도 반가움이 흘러넘쳤다. 하지만 쥐스틴과의 춤이 계속되는 중이었기에 가볍게 베소만 나누고 그녀는 의자로 돌아갔다.

쥐스틴과의 두 딴다가 끝나고, 좀 이따 또 보자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는데 이날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실 이름을 보고서는 누군지 잘 모르겠던데 여기서는 꽤 알려진 커플인 듯했다. 이름이.. 찾아보니 Selen Surel y Alper Ergokmen이라는데 실력은 좋았다. 두번의 앙코르까지 해서 총 다섯곡을 공연했다. 여기는 공연 한번 했다 하면 다섯곡이더라. 입장료는 평소랑 똑같은데. 노엘리아와 깔리토스도 와서 벽쪽에 앉아 공연을 봤다. (사진 잘보면 중앙에서 찾을 수 있음)

그 사이에 또 한 명의 아는 얼굴을 보았는데, 작년 파리에 이틀 머무는 동안 왔을 때 만났던 샐리 포터 닮은 춤잘추는 나이 많은 마담. 역시 내 앞에서 춤추던 중에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미소를 담은 채 나에게 보내는 그 눈길이 어쩐지 나를 알아보는 것만 같았다. 나도 다시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까 의아했는데 보자마자 기억이 나는 게 신기했다. 꼭 다시 춤을 춰보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사실 밀롱가 오는 버스 안에서 이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라는 서사의 결말을 어떻게 지을까 미리 생각해봤을 때, 그 마담 샐리 포터와의 재회 그리고 함께 추는 마지막 춤 이런 결말도 유력한 후보였는데.

파멜라 때문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다시 밀롱가가 시작되었을 때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반갑게 인사하고 내리 세 딴다를 추었다. 그러고 나서 함께 물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또 두어 딴다를 추고. 춤을 추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꼭 다시 돌아오라고 한다. 페북에서 봤던 게 기억나 며칠 후가 네 생일 아니냐고 했더니 너희 나라 말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홀딩한 상태에서 귀에 대고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러줬다. 그리고 자정 무렵, 막차를 타기 위해 나가야 할 시간이 되고,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결말을 파멜라와의 춤으로 맺기로 정했다. 춤 실력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지만 나와의 춤을 정말 좋아해주는 여인, 낯선 이국땅에서 세번이나 그것도 각각 다른 밀롱가에서 마주친 인연, 나의 춤만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마음을 활짝 열어준 좋은 친구. 그와의 춤으로 끝맺는 3주간의 땅고 여정. 그것이 가장 합당하고 의미있는 결말이리라.

춤을 마치고 같이 나가면서 신발을 갈아신고 옷을 챙겨입고, 문을 나서기 전 셀카 한장 같이 찍어도 되겠냐고 묻자 자기도 그 얘기 하려고 했단다. 파리와 런던을 합쳐 밀롱가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빗방울이 조금 굵어져있었고, 파멜라는 스스럼없이 내 곁에 붙어서 팔짱을 꼈다. 그렇게 함께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며 그녀는 한국말로 I love you를 어떻게 말하냐고 물었다. "사랑해"라고 말해주자 참 아름답게 들리는 말이라며 웃었다. 지하철역에 다다라 우리는 마지막으로 힘껏 안고 너를 만나서 진심으로 기뻤노라는 말을 주고받은 다음 서로의 뺨에 키스한 후 헤어졌다. 

파멜라를 들여보내고 나는 조금 더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숙소가 있는 파리 북역이 종점인 버스 막차가 곧 와서 타고 조금 가다 보니 버스 안에 승객은 나 하나뿐이었다.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잠시 후 버스 기사가 프랑스어로 뭐라고 뭐라고 큰소리로 얘기하길래, 나한테 하는 소린가 싶어 "Excuse me?"하자
"Where're you heading, sir?" 영어로 재차 묻는다.
"Gare du nord."라고 그새 좀 익숙해진 프랑스어로 답하자 버스기사가 참잘했다는 듯 "OK"라고 답한다. 그 기분도 참 좋았다.
버스가 종점에 도착해 문이 열렸다. 내리며 크게 인사했다.
"Merci beaucoup!"
친절한 기사님이 받아준다. "Bonne soiree!"

그말대로 모든 것이 참 좋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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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부터 12월 17일까지, 20여일 동안 파리 11곳 런던 3곳 총 14곳의 밀롱가를 다녀왔다. 살면서 또 올 일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정말 기를 쓰고 다녔던 건데.. 아무래도 또 가게 될 것 같다. 

한국 땅고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항상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며 내세우는 게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제외하고 전세계를 통틀어 365일 상설밀롱가가 열리는 몇 안되는(유일한?) 나라. 파리의 상황을 보면, 실제로 매일 밀롱가가 열리는 상설 밀롱가 공간은 딱히 없었지만, 땅게디아 같은 경우 레슨과 밀롱가, 쁘락띠까 등 일주일 내내 땅고를 위해 쓰이긴 한다. 그 외에는 대개 댄스스튜디오나 다목적 홀 같은 공간을 특정 요일에 대관하여 사용하는 식. 런던도 이런 식이다. 그런데 꼭 이런 방식이, 적어도 나처럼 밀롱가를 즐기러 가는 일반 밀롱게로의 입장에서는, 상설밀롱가보다 더 못한 것이라고 말할 순 없는 것 같다. 이번에 가본 밀롱가 공간들 중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상에 위치해 있었고, 플로어도 오나다나 엘땅고보다 2~4배 가량 넓고 천장도 높은 데다가 대개 별도의 라운지 공간을 갖추고 있다. 공간 환경만 놓고 본다면 파리나 런던의 밀롱가가 훨씬 더 쾌적하고 좋다.

장소 개념이 아닌 행사 개념의 밀롱가가 수십 명의 각기 다른 오거나이저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 뭐랄까 골라먹는 재미가 있달까, 선택의 폭이 넓다 보니 쉽게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것도 메리트인 듯.

댄서들의 레벨도 생각보다 높았다. 특히 젊은 댄서들의 실력이 출중했고, 잘 추는 남녀들은 외모도 빼어났다. 아마 대부분은 자기 강습을 운영하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밀롱가에서 보면 그들끼리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런던보다는 파리 쪽이 평균적인 춤 실력은 더 좋았던 것 같다. 

한국 밀롱가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우선 춤 신청 문화를 들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간 캠페인처럼 보급된 밀롱가 예절이 상당히 엄격하게 지켜지는 편이다. 즉 딴다가 끝나고 꼬르띠나가 나오면 플로어를 비우고, 새로운 딴다가 시작되면 까베세오를 통해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그 딴다 동안 함께 추고 헤어지는 것이 아주 잘 지켜지는데, 파리/런던에서는 한 파트너와 서너 딴다를 연이어 추는 것이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꼬르띠나 중에도 춤 신청을 하고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예사로웠다. 엄격한 밀롱가 예절에 익숙한 뜨내기인 나에게는 이런 문화가 대단히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니, 나중엔 나도 맘에 드는 파트너와 여러 딴다를 이어서 추곤 했다.

또 피부로 느껴지는 차이는 밀롱가에서 비교적 큰 동작들을 많이 구사한다는 점이었다. 간초나 솔따다 같이 한국 밀롱가에서는 좀처럼 구사하지 않는 동작들이 어딜 가나 난무한다. 플로어 공간이 넉넉한 탓도 있겠고, 자신의 표현욕구를 더 자유롭게 표출하는 성향 때문일 수도 있겠다.

밀롱가마다 터줏대감들이나 고수들이 눈에 띄는데, 이들과 춤을 추는 일이 쉽지 않다. 아무래도 뜨내기인 데다가 외국인, 그것도 희소 존재인 아시안이다 보니까 경계하는 기색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그래도 짧지 않은 기간 머물며 여러번 얼굴을 내비쳤기에 나중엔 좀 익은 얼굴이 된 듯 다가오는 시선들의 질감이 달라지는 것 또한 느꼈다. 마지막 날 갔던 라 돌체비타 같은 경우 작년부터 세면 세 번째 방문이다 보니, 약간은 편안한 기분까지 누렸고 사람들이 까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1~2주 정도만 더 머물렀다면 죽돌이 죽순이들이랑도 허물없이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대부분 밀롱가가 열리는 공간은 약간 변두리다 싶은 곳에 있다. 주로 파리 북동부 쪽, 좀 으슥하다 싶은 동네기도 하지만 어디든 지하철 버스로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이다. 끝나고 새벽 두세시에 귀가하는 일이 허다했지만 별로 무섭진 않았다. 돌아올 때 지하철이 끊기면 자전거를 타고 오는 길도 룰루랄라 즐거웠으며, 비가 올 때는 우버를 불러 타고 오면 편했다. 뭐 런던은 대개 지하철 끊기기 전 12시쯤에 밀롱가가 끝났고, 주말엔 지하철이 야간운행을 하며 설사 지하철이 없어도 심야버스가 있어서 새벽에도 2층 버스 타고 달리는 재미가 있었고. 결론은 파리 런던 대중교통 만만세. 서울에서 오나다 다닐 때보다 편했으면 편했지 불편하진 않았다.


새로운 밀롱가를 찾아가 둘러보는 일도 재밌었고, 낯선 이들에게 시선을 교환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첫 스텝을 함께 움직이는 일도 짜릿했지만, 무엇보다 가슴이 벅찬 건 춤 맞고 맘 맞는 파트너를 만나는 일이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이름들. 앨리슨, 아티카, 야스미나, 쥐스틴, 비비아나, 야후, 카탈리나, 알렉산드라, 마티, 파멜라... 다시 만나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끌어안을 수 있길.


2017 런던 밀롱가 탐방기


 1. 2017. 12. 13(수): Milonga Que Faltaba
- 홈페이지:
http://www.tanguito.co.uk/losangelitos/
- 주소: New Unity Hall, 277A Upper Street, Islington, London
- 매주 목요일 저녁 21:00~24:00
- 입장료: 8파운드...


* 바비칸에서 본 공연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는 바람에 헐레벌떡 달려갔는데도 11시 다 돼서 도착. 부리나케 신발 갈아신고 한 딴다도 안 쉬고 열심히 춤추느라 사진도 못 찍었네;; 구글맵에서 찾은 입구 사진으로 대체. 왼쪽에 'TANGO'라고 써놓은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공간은 New Unity 교회 건물 안에 문화센터 같은 용도로 쓰는 홀이었고, 평일이라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춤추는 사람들은 수강생들이 대부분인 듯했고, 좀 잘 추는 듯 보이는 이들도 몇 보였는데 강사 아니면 오거나이저 무리인 듯.
파리에서도 그랬지만 어딜 가나 이너 서클에 속한 이들과 춤을 추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자기들끼리 계속 춤추며 놔주질 않는데다, 춤 신청을 해도 잘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긴 뭐 그들 입장에서야 난생 처음 보는 듣보잡 외국인 여행자가 불쑥 춤 신청을 하는데 뭘 믿고 덜컥 몸을 맡기겠는가.
어제도 그 짧은 시간 동안 3번 뻰찌를 먹었으나 바로바로 다음곡에 되는 대로 눈길이 맞는 팔로워를 찾아 쉬지 않고 춤을 췄다. 아주 만족스러운 딴다는 없었지만 며칠 쉬었다고 그새 춤이 어지간히 고팠나 보다.


2. 2017. 12. 15(금): Negracha Milonga
- 홈페이지:
http://www.negrachatangoclub.com
- 주소: 4 Wild Court, Holborn, London
- 매주 금요일 밤 21:00~03:00
- 입장료: 15파운드...

- 널찍한 2층 공간. 플로어는 아주 매끄럽진 않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정도
- 연령대와 레벨 다양. 잘 추는 남녀도 꽤 보임.

* 어제 밀롱가에서 춤을 충분히 못춘 걸 오늘은 원없이 좀 춰야겠다 벼르고 갔지만, 뭔가 시작부터 꼬여서 잘 풀리지 않은 밤.

신청했다 거절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은 좀 잘추는 여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시를 해보리라 마음먹었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빠꼼이 여자들은 빠꼼이 남자들하고만 주구장창 너댓 딴다씩 춤을 추는 판에 까베세오를 날릴 기회조차 쉽게 잡기 힘들었다. 파리나 런던이나 신기하게도 이너서클에 있는 잘추는 여자들은 젊고 외모도 예쁘다.

다시 한번 이너서클의 높은 진입장벽을 절감하며, 어제 밀롱가에서 만났던 젊고 예쁘장한 여자가 보이길래 까베세오를 주고받아 춤을 추는데, 어제도 살짝 느꼈지만 참 힘들다 싶을 정도로 춤이 안맞는 거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맞춰가려고 갖은 애를 썼는데 여자가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적을 하며 교육을 시전하는 것이었다.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꾹 참고 불편을 끼쳐 미안하다고 말하고, 편찮은 심사를 다스려가며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어떻게 저떻게 춤을 마쳤다.
하지만 그러고 나니 기분이 영 언짢아서 좀처럼 춤을 추고 싶은 마음이 들지가 않았다. 아직도 마음 수양이 부족하구나 싶어 씁쓸한 심정으로 앉아서 너댓 딴다를 그냥 흘려보냈다.

시간이 어느덧 1시가 다 되어갈 즈음, 더이상 이대로 자괴감에 빠져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심기일전하여 이 울적한 기분을 날려버릴 만큼 좋은 춤을 추고 말리라 결심하고 눈여겨둔 잘추는 여자들에게 까베세오를 적극 시도했으나, 당최 성사되지가 않는 거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이 나와 눈 마주치기를 피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 중 한명에게 가까이 다가가 억지로 눈을 맞추고 춤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하기도 했다.

갈수록 위축되는 자신을 느끼며 여기서 접고 퇴근해버릴까 생각도 했으나, 결국 눈높이를 낮추기로 했다. 이너서클 무리에 속하지 않은, 주로 혼자 온 듯한 여자들에게 까베세오를 보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부분 춤 신청을 많이 받지 못하고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여자들이었는데 그 중에 제법 춤이 잘 맞는 이도 있었다.
여자 쪽에서 적극적으로 시선을 보내오는 경우도 간혹 있었는데 대개 아시안이거나 나이가 좀 있는 여성들이었다. 처음엔 못본척 시선을 회피했지만 나중에 눈을 맞추고 춤을 추었다. 그렇게 한 대여섯 딴다를 내리 추고 땀이 좀 도니까 기분이 약간 풀렸다. 여전히 제일 잘추는 여자들하고는 춰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긴 했지만, 시간이 3시가 되어 지하철을 타야 되겠기에 신발 갈아신고 밀롱가를 나왔다.

아아 험난하구나 이방인 신세로 런던 밀롱가에서 살아남기란


3. 2017. 12. 16(토): Corrientes
- 홈페이지:
http://www.corrientessocialclub.co.uk/
- 주소: Haverstock School, 24 Haverstock Hill, London NW3 2BL

- 격주 토요일 밤 21:00~02:00
- 입장료: 15파운드

- 학교 안의 커다란 홀. 플로어 넓고 천장도 높고 앉을 공간도 많고 대단히 쾌적함. 공연장으로도 쓰는 모양이라 천장에 대파 같은 무대조명기도 달려있다.
- 처음엔 연령대가 높고 쪼렙들이 많았으나 자정 가까이 되자 젊고 잘 추는 댄서들도 하나둘 모임.

*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기분좋게 추다 옴. 테이블 없는 구석 접의자에 앉아 관망 중이었는데 옆에 아리따운 여성이 춤을 마치고 들어와 앉길래 바로 다음 딴다에 신청했더니 환하게 웃으며 받아주어 상쾌하게 출발. 아주 잘추는 고수급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보니 남자들이 계속 신청해서 쉬지 않고 춤을 추는데, 상냥하고 춤에 목마른 아가씨라 거절하는 일 없이 모든 신청을 받아주는 거였다. 밀롱가의 천사 혹은 마더 테레사랄까
그 이후로 쉬엄쉬엄 대여섯 딴다 정도 추었는데 운좋게 모두 제법 춤이 잘맞는 이들이라 재밌게 추었다.
두어 명 정도 아주 잘추는 여자들이 눈에 띄어 신청해보려고 계속 기회를 엿봤으나 아쉽게도 번번이 무산되고 마지막 두 딴다 정도만 남은 시점이 되었을 때, 처음 췄던 친절하고 예쁜 그녀 카타리나에게 다시 춤을 신청했더니 환한 웃음으로 받아주었다. 무엇보다 나와의 춤을 즐거워하는 게 느껴져서 그게 참 고마웠다. 한 딴다를 끝내고 나서 꼬르띠나가 나올 때 물어봤다. 여기서는 꼬르띠나 때 플로어를 비우지 않고 같은 파트너와 여러 딴다를 연이어 추는 게 일반적이냐고. 한국에선 거의 그렇게 안한다고. 그랬더니 자기는 땅고 춘 지 얼마 안돼서 잘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게 한단다. 그래서 한딴다 더 추겠냐고 해서 마지막 딴다 꿈빠르시따까지 그녀와 춤을 추고 감사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언젠가 런던에 다시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천사같은 그녀 덕분에 런던에서의 마지막 땅고를 기분좋게 마쳤다.


2017년 파리 밀롱가 탐방기(2)

8. 2017. 12. 2(토): Milonga Luis au Studio Gambetta
- 주소: 64 rue Orfila 75020 Paris 지하철 3호선 Gambetta
- 12/2(토요일) 밤 09:30~02:00
- 입장료: 8유로

*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주듯, 완전 망한 날. 서커스 공연을 보러 가서 끝나고 나오니 10시쯤. 토요일 밤이라 한 세 군데쯤 후보가 있었는데 다른 두 곳은 일단 한 번씩 가본 곳이고 해서 안 가본 데로 가보기로 하고 왔는데, 왔는데…

10시 45분쯤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카운터에 앉아있는 여자가 왠지 어제 올랄라 밀롱가에서 내 춤 신청을 거절했던 아줌마인 것 같다는 생각이.. 어쨌건 친절하게 맞이해주고 입장료를 계산하고 나니 계단으로 내려가면 밀롱가란다. 파리 와서 지하에 있는 밀롱가는 오늘 처음 가봤다. 한국에서는 지하에 있는 게 거의 당연하지만, 파리에서 가본 밀롱가는 전부 지상에 있었고 2층에 있는 곳도 있었다.
아무튼 사진 속 광경이 내가 계단을 내려갔을 때의 모습. 나와 DJ 포함 남자 3명에 여자 1명. 신발도 안 갈아신고 파카도 벗지 않은 채 의자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해하며 속으로 거듭 되풀이한 말, ’낚였스와’.

더 늦기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다른 밀롱가로 가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엔 피로가 누적되어 몸이 무겁기도 하고 또 바로 나가버리기는 너무 민망하단 생각도 들어 11시까지만 앉아있다 호텔 들어가서 쉬어야겠다…하고 있었는데..
한 5분 간격으로 여자들이 한두 명씩 들어와서 최종 남녀 비율이 4:4가 되었다. 이렇게 된 김에 간만에 ‘올클리어’라는 걸 한 번 하고 깔끔하게 퇴근하자 마음 먹고 신발 갈아신고 춤추기 시작했는데, 그러는 와중에 육감적인 남미 체형의 여인이 한 명 더 들어왔으니 그녀의 이름 파멜라. 그녀와의 춤이 제법 재미있어 세 딴다를 추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다 보니 또 연극을 좋아하는 철학과 대학원생으로 에쿠아도르에서 왔다고 하며 공연 정보를 달라고 페북 아이디를 알려주었다.


- 오늘의 결론: 밀롱가가 아무리 썰렁하고 그지같았어도, 춤 맞고 맘 맞고 말 통하는 팔로워 한 명만 만나면 그 날은 보람찬 날인 거다.


- 오늘의 사족: 또 다른 어린 친구랑 춤을 출 때 들은 얘기로, 다음주 이 공간에서 다른 오거나이저가 하는 Milonga Paradis라는 밀롱가가 열리는데 그때는 분위기 좋고 사람도 많으니 오라고. 여기는 같은 공간 같은 요일이라도 오거나이저와 밀롱가 타이틀이 격주로 혹은 매주 바뀌는 경우가 많다.


9. 2017. 12. 3(일): Milonga Oxygene
- 주소: 4 impasse Cordon Boussard 75020 Paris, 지하철 5호선 Gambetta역
- 매주 일요일 저녁 17:00~22:00
- 입장료: 8유로

* 파리에서 9번째 밀롱가. 한곳만 더 가보면 열곳을 채우겠군. 이제 밀롱가를 가면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하는 사람이 두세명은 있다.
지난주 목요일 Balbutiant에서 만났던 마담을 다시 만났는데 나랑 춤추고서는 에너제틱하다고 좋아해주던 이 마담,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하지만 마리옹 꼬띨라르 닮았고 키는 나만한데 몸매는 슈퍼모델임. 춤도 아주 잘 추시고, 한때 밀롱가를 주름잡는 여왕벌이었을 듯.
오늘 간 산소밀롱가는 동네 문화체육센터 같은 성격의 '산소공간(Espace Oxygene)'에서 열렸는데 놓여있는 브로셔를 보자니 요가 태극권 펠든크라이스 메소드 등 부터 태극권 요가 밸리댄스 살사 스윙 등등등 정말 온갖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커뮤니티 공간인 듯.
넓이는 다른 밀롱가들에 비해 좀 좁은 편이고 사람들이 많아 북적북적한 느낌. 연령대와 레벨이 다양하지만 비교적 나이대가 높다.
사실 지난 월요일 Tutti Frutti에서 만나 세 딴다 같이 췄던 셀마 헤이액 닮은 여인 아티카를 다시 만날 걸 기대했는데 8시반까지 오지 않길래 그냥 포기하고 귀가.


10: 2017. 12. 6(수) Milonga Macondo
- 홈페이지:
tangobrut.com/macondo
- 주소: 44 Rue Bouret 75019 Paris 지하철 5호선 Jaures역
- 매주 수요일 저녁 20:00~01:00
- 입장료: 8유로

- 플로어가 아주 특이함. 대리석인가? 일반 나무 마루와는 다른 느낌이었는데 제대로 확인은 못함.
- 춤추는 플로어 공간과 테이블 공간이 한 면만 맞대고 있음. 이런 형태가 파리 밀롱가에서는 보편적인가 봄.

* 이제 각기 다른 파리 밀롱가 10곳을 가봤으니 밀롱가 수집은 여기까지 하기로. 공연 끝나고 갔더니 11시가 넘어서 춤을 얼마 출 수도 없는 상황인데 뜻밖에 공연까지 한댄다. 봤더니 지난주 금요일에 밀롱가 올랄라에서 공연했던 그 어린 커플.. 잘 하긴 하는데, 춤출 시간도 별로 없는데 내리 다섯곡이나 공연을..
결국 춤은 한 네 딴다밖에 못 췄다. 그리고 뭐랄까 약간 이너서클로의 진입장벽 같은 게 느껴져서 제일 잘 추는 고수급의 언니들에게는 춤 신청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지난주 토요일 썰렁한 밀롱가에서 만났던 에쿠아도르 아가씨 파멜라를 다시 만나 반갑게 얼싸안고 라스트 딴다를 장식.


11. 2017. 12. 9(토): Le Paradis

- 홈페이지: https://tangoparadis.wordpress.com/
- 주소: 64 rue Orfila 75020 Paris 지하철 3호선 Gambetta

- 12. 9(토) 저녁 19:00~02:00
- 입장료: 10유로

- Milonga Paradis라는 이름으로 격주로 밀롱가를 이어가되 장소는 계속 바뀌는 듯.

- 음악 구성이 특이함. 전통 딴다와 AM 딴다가 번갈아가며 나옴.

* 지난 주 토요일 와봤다가 망했던 Dance Studio Gambetta에 다시 한번 와봤다. 그날 만났던 알렉산드라라는 친구가 '오늘은 오거나이저가 구려서 사람이 없는 거야. 다음주에는 Paradis라는 밀롱가가 있는데 사람 많을 거야. 그때 다시 와.'라고 했었기에. 정말 이날은 사람이 북적북적했다. 도착했을 때 Narcotango 음악이 나오고 있어서 어라 했는데 계속해서 전통 땅고 딴다와 Elctronic/AM 딴다가 번갈아가며 나왔다. 근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선곡이 별로 맘에 안들었다.. 전통 땅고도 세 곡씩만 틀고, AM도 그닥 땅고 추기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노래들을..

어쨌든 적당히 춤추고 끝날 무렵 나왔는데 생각해 보니 이날 사진을 안찍었다 싶었는데, 그날 카운터를 지키던 스탶 아가씨가 DSLR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대던 게 생각나 홈페이지에 가 보니 나 나온 사진도 있어 퍼왔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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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0일 보비니에서 마지막 공연을 끝냈고, 이로써 빛의 제국 프랑스 투어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나를 제외한 우리 팀은 모두 다음날인 11일 월요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했고, 나는 12일 화요일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으로 넘어갔다. 5박 6일 동안 머물며 거기 살고 있는 조카도 만나고 공연도 보고 할 예정이었다. 물론 밀롱가도 가보고.

짧은 여정이라 3군데밖에 못 가봤지만, 이어지는 글에서는 런던 밀롱가 탐방기를 정리해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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